[Part 2] 설계의 혁명: 왜 세계적 랜드마크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가?
우리는 흔히 건축을 '현장에서 쌓아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마천루나 싱가포르의 최첨단 호텔, 유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비정형 건축물들은 사실 현장이 아닌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Part 1에서 OSC(탈현장 건설)의 개념을 짚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엔진인 DFMA(Design for Manufacture and Assembly)가 왜 지금 필수 생존 전략이 되었는지, 그리고 AI와 만나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파헤쳐 봅니다.
1. 건설을 '제조'하다: DFMA의 두 얼굴
DFMA는 단순히 "공장에서 만들자"는 구호가 아닙니다. 이는 설계 단계부터 생산(Manufacture)과 조립(Assembly)을 철저히 계산하는 공학적 접근입니다.
🏭 DFM (제조 고려 설계)
"부품을 얼마나 쉽고 싸게 찍어낼 수 있는가?"
복잡한 비정형 곡선도 공장 기계가 가공하기 쉬운 형태로 단순화(Rationalization)하는 과정입니다. 재료 손실을 줄이고 생산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 DFA (조립 고려 설계)
"현장에서 얼마나 쉽게 끼울 수 있는가?"
이케아(IKEA) 가구를 떠올려보세요. 누구나 직관적으로 조립할 수 있도록 결합 부위를 설계하고, 현장 용접 대신 볼트 조립 방식을 채택하는 것입니다.
2. 왜 지금인가? :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
과거의 DFMA가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지금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 첫째, 건설 폐기물과 탄소 배출의 획기적 감소
전 세계 폐기물의 약 30%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합니다. 현장 타설 방식은 재료 낭비가 심하고 탄소 배출량이 높습니다.
반면, DFMA 기반의 공장 생산은 필요한 만큼만 정확히 재료를 사용해 폐기물을 최소화합니다. 또한, 완성된 모듈만 운송하여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이는 ESG 경영의 핵심 솔루션입니다.
🎨 둘째, AI가 그리는 '비정형 디자인'의 완벽한 구현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처럼 복잡한 곡선과 비정형 형태의 건축물 설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기존 현장 작업으로 구현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과 오차가 발생합니다.
DFMA는 이러한 복잡한 비정형 디자인을 공장에서 제작 가능한 단위로 정밀하게 쪼개고(Rationalization), 로봇 가공을 통해 0.1mm의 오차도 없이 구현해냅니다. 즉, DFMA는 상상 속의 디자인을 현실로 만드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고령화로 인한 숙련공 부족 문제를 공장 자동화로 해결하고, 위험한 고소 작업을 통제된 공장 환경으로 옮겨와 중대 재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3. 인간의 한계를 넘다: AI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앞서 언급한 비정형 건축물 설계의 중심에는 AI(인공지능)가 있습니다. 수만 개의 부품을 사람이 일일이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Generative Design)
설계자가 "아름다운 곡선을 유지하면서, 재료는 최소화하고, 구조적으로 안전하게"라는 목표를 입력하면, AI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최적의 설계안 수천 개를 제안합니다.
4. 상상이 현실이 된 랜드마크 (Case Study)
🇬🇧 런던: '치즈 강판' 빌딩 (The Leadenhall Building)
런던 금융가의 상징인 이 건물은 좁은 부지 탓에 현장에 자재를 쌓아둘 곳조차 없었습니다. 해결책은 DFMA였습니다. 구조물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했고, 현장에서는 색상 코드로 표시된 부품을 순서대로 조립만 했습니다. 그 결과, 복잡한 비대칭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공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층 빌딩 공사'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 싱가포르: 호텔 건설의 혁명 (Crowne Plaza Extension)
싱가포르는 국가 주도로 PPVC 공법을 밀고 있습니다.
광교갤러리아 백화점, lINK
광교갤러리아 백화점의 비정형 파사드는 기존 공법으로는 설계의도 구현이 불가능하여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형상의 노드들을 제작, 시공하여 짧은 공기 내에 완벽한 품질로 설계의도를 구현한 혁신적인 DfMA 기술이 적용된 건축물이다.
- PPVC란? (Prefabricated Prefinished Volumetric Construction): 방 전체를 박스 형태로 공장에서 완성해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 특징: 공장에서 창문, 바닥 마감, 배관, 심지어 화장실 변기까지 설치된 상태로 '배달'됩니다. 현장 소음과 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 Blogger's Insight
"건설업은 이제 서비스업이 아닌, 초정밀 친환경 제조업입니다."
왜 세계적 랜드마크들이 공장 제작 방식을 택할까요? 현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균일한 품질, 탄소 중립, 그리고 AI가 그린 꿈의 디자인을 현실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AI와 DFMA는 건물을 자동차처럼 정밀하게 생산 가능한 '친환경 상품'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설계의 진정한 혁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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